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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보조금을 훔쳐 만든 버거킹의 ‘빅 와퍼’(큰 거짓말)

07.10.14 Edi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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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8일 IUF 웹 게시

*’와퍼(Whopper)’는 버거킹의 햄버거 메뉴 명칭으로, 영어에서 ‘엄청 큰 것’이라는 뜻과 함께 ‘거짓말’, ‘사기’의 뜻을 갖고 있다.

9월 4일 미국 전역의 패스트푸드 노동자 수천 명이 저임금 노동과 국가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을 정치적 의제로 제시하기 위해 또 다시 작업을 중단하고 시민 불복종 행동에 나섰다. 그런데 바로 얼마 전 미국에 본사를 둔 버거킹과 캐나다의 카페 체인 팀 호튼의 합병 제안 발표로 두 회사의 주식이 급등했다. 이 두 사건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Fight415

두 회사의 합병은 100여 개 국가에서 18,000개 점포가 매년 230억 달러의 매출을 내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레스토랑 체인(맥도날드와 얌 브랜드에 이어)의 탄생을 낳는다. 시장은 합병 소식을 반겼다. 그러나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은 회사를 합병하거나 인수해 세금이 낮은 지역으로 이전하는 또 다른 “자리바꿈”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의 비판은 전적으로 옳다. 캐나다에서의 기업 설립은 새로운 회사에 세금 부담을 줄여주고, 미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이용하기 쉽게 한다. 뿐만 아니라 버거킹에 투자한 사모펀드의 최대 지분을 소유한 3G캐피탈(세계 최대 맥주 회사인 AB 인베브와 하인즈의 대주주)로 하여금 배당금에 매기는 세금과 양도소득세를 줄여주는 효과도 가져다 준다. 만약 합병이 이뤄지면, 새롭게 캐나다에 둥지를 트게 될 버거킹은 향후 수년간 낮은 세금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합병은 세금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또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들은 합병으로 거액의 국가보조금 혜택을 받겠지만, 합병은 저임금 패스트푸드 일자리의 확대를 가져올 것이다.

버거킹의 와퍼 메뉴는 실물로 존재하지만, 그들의 성공은 철저히 금융 공학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버거킹은 부채가 있을 경우 세금이 공제되는 점을 활용해 잇따른 기업 담보 차입 매수를 성사시킴으로써 수익률을 끌어올려왔다. 이는 결국 그만큼의 국고세입이 유출된다는 걸 의미한다.

2010년 3G캐피탈은 불과 16억 달러의 자기 자본으로 버거킹의 사모펀드 소유주들로부터 40억 달러에 버거킹을 매입했다. 나머지 자금은 모두 부채로 조달할 것이다. 그리고는 소유하고 있던 음식점들을 가맹점주들에게 싸게 팔아 치워 현금 유동성을 끌어올렸다. 그로 인해 3만 9천명에 육박하던 고용 인원 수는 2천4백 명으로 줄어들었으며, 비용은 가맹점들에게 떠넘겨졌다. 또한 상품 판매보다는 주로 로열티로 거둬들인 수입이 3G캐피탈로 흘러 들어 갔으며, 그들이 지불한 높은 이자는 세금으로 탕감 받았다. 3G캐피탈은 유동 가능한 현금을 운용해 또 다른 투자 펀드와의 거래를 통한 허위 주식공모로 자신이 소유한 지분의 30퍼센트를 15억 달러에 팔아 치우고도 최대주주로서의 지위는 계속 유지했다. 이로써 불과 2년이란 시간 만에 그들은 버거킹을 공짜로 인수한 셈이 됐다. 이를 가리켜 <비즈니스 위크>는 “버거킹은 현금인출기가 됐다. 3G는 아무런 거리낌이나 내색 없이 회사 돈을 꺼내 갔다.”

이번에 상정된 팀 호튼과의 현금 및 주식 합병은 높은 비율의 차입금을 이용한 또 다른 사기극에 다름 아니다. 미화 115억 달러 규모의 거래 중에서 95억 달러를 신규 차입으로 충당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65억 달러가 신규 대출이며 30억 달러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워렌 버핏에게 9%의 우선주를 제공한 대가로 조달할 계획이다. 참고로, 워렌 버핏은 올해 초 3G캐피탈이 하인즈를 기업 담보 차입 매수로 인수할 때에도 한 팀을 이뤘던 인물이다. 버거킹은 신규 대출과 버핏 소유의 우선주를 빼고도 앞으로 상환해야 할 부채가 여전히 30억 달러에 달한다. 그로 인해 한 신용평가기관은 버거킹의 신용도를 주의 수준으로 강등하기도 했다.

만약 주주들과 감독기관이 이 거래를 승인한다면, 버거킹에는 앞으로 오랫동안 아주 높은 수준의 이자율이 적용될 것이다. 그런데 현재 3G캐피탈은 수입을 확대할 수 있는 새롭고도 강력한 방안을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버거킹에서 그랬던 것처럼, 팀 호튼을 통해 현금을 거둬들이고 일회성 비용절감 방안을 실행하는 동시에, 불과 16억 달러에 사들였던 매출액 230억 달러의 새 회사 지분 51%를 마침내 웃으며 털고 나올 수 있는 채비를 이미 갖추었다. 핵심은 두 회사의 합병이 실질적인 측면에서 성공을 이뤄낼 것인가가 아니다. 우리는 버거킹의 아침메뉴에 포함된 팀 호튼의 커피나, 팀 호튼의 도넛이 들어있는 빵을 맛보지는 못할 것이다. 어쨌든 합병의 핵심은 배당금과 차입, 그리고 세금우대다. 여기서 가장 큰 손해를 보는 이들은 노동자와 납세자들이다.

작년 미국의 한 대학교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존을 위한 사회복지에 투입된 공적 자금이 연간 70억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올해 들어 법인세가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납세자들의) 부담은 그만큼 더 커질 전망이다. 버거킹을 소유한 3G캐피탈의 금융 귀재들은 빈곤을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비단 그들만의 행태는 아니다. 다음 번에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이 다시 파업을 벌인다면, 우리 모두는 최저임금 15달러 쟁취와 노조, 그리고 조세 정의를 위해 그들과 함께 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