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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 수호 투쟁

04.11.14 Edi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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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20일 IUF 웹게시

10월 20일 민주적으로 선출된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취임은 1998년 수하르토 군사독재정권 몰락 이후 가장 의미 있는 민주주의의 승리다. 7월 대선 결과는 누가 이겼는가 아닌, 누가 졌느냐에 그 중요성이 있다. 군 장성 출신인 프라보워 수비안토는 민주주의가 인도네시아 대중들에게는 효과적이지 않을뿐더러 부적절하다고 조롱하는 한편 (과거 독재자였던 수하르토 정권의) ‘신 질서(New Order)' 체제 하의 철권통치로의 회귀를 약속하는 정치 강령을 내세워 선거에 임했으나,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32년간 인도네시아를 강압적인 군사독재로 통치한 수하르토의 이미지는 전국의 옥외 광고판에 등장하며 실제로 프라보워 선거 캠페인의 일부로 작용했다.

프라보워 (한때 수하르토의 사위였음) 자신도 1998년 인권활동가 납치 및 실종 사건에 관여하고, 동티모르에서 대량 학살을 총괄하는 등 심각한 인권침해 경력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인권침해 경력과 더불어 민주주의를 해체하고 독재통치를 복귀시키겠다는 공약에도 불구하고, 프라보워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규모 있는 노동조합 중 몇 곳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들은 인권이 노조의 관심사가 아닌 듯 무시하면서 프라보워 지지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수하르토 정권의 몰락 이후 16년 만에 인도네시아 노조운동은 엄청난 혼란에 빠졌다. 이들 중에는 국제산별연맹의 가맹조직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국제 노조운동 차원에서도 문제가 불거졌다.

프라보워가 7월 대선에서 패배하자 노조들은 노동자 수만 명을 조직해 선거 결과에 항의 시위를 벌이고 조코위 정부를 무너뜨리겠다고 공표했다. 이는 저소득 가구를 위한 무상의료와 무상교육, 극 빈곤층에 대한 사회적 지원, 대중교통과 공공서비스 복구, 정부기관의 부패 근절 등 조코위가 내세운 진보적인 사회 정책에 반하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민주주의가 작동될 수 있게 만들겠다는 조코위의 분명한 약속이었다. 노조들이 모여 반대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프라보워는 선거위원회가 결국 선거결과에 대한 자신의 이의제기를 기각하자, 인도네시아에서는 더 이상 직접선거가 아닌 수하르토 독재정권 하에서 존재했던 대통령임명제가 복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시 일부 노조들은 이러한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지지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러한 과정은 홍콩에서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와 직접선거권을 요구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용감한 투쟁을 지속하는 것과 상반된다. 홍콩노총(HKCTU)은 9월 29일 총파업을 선언하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국제식품연맹(IUF)은 파업에 동참하고 민주화 시위대를 지지한 홍콩 가맹조직의 조합원들이 매우 자랑스럽다.

또한 인도네시아에서 프라보워를 공식 지지하고 민주주의에 맞서 노동자를 조직했던 노조들 중 IUF 가맹조직이 포함되지 않은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만약 IUF 가맹조직들이 그렇게 했다면 그들은 자신의 행동이 IUF의 원칙과 가치에 곧바로 모순된다는 걸 알게 되고, 제명되었을 것이다. 독재자 혹은 독재자가 될 인물을 지지하는 노조는 IUF에 설 자리가 없다. 2012년 제25차 IUF 총회는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제 요인들에 대한 유의미하고 민주적인 통제권을 정치에 되돌려주고”, “중요한 정치적 권리와 민주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여전히 자국에서 노력하는 이들과 협력해” 싸우기 위해서 노조가 조직해야 할 필요성을 재차 확인했다. 이는 결의안이 아닌, 노조운동으로서 우리의 모든 목표가 의지하고 있는 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고 재건하기 위한 긴급한 요청이었다. 또한 이것은 홍콩의 우리 조합원들이 민주주의를 지지하며 거리로 나온 이유이며, 인도네시아의 우리 조합원들이 독재를 지지하며 거리에 나오기를 거부한 이유다.

인도네시아의 싸움이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코위 대통령은 정치엘리트와 군이 ‘신 질서’의 복귀를 시도하는 지속적인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진정한 노조는 이러한 위협에 맞서 민주주의와 민주주의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야만 한다. 그리고 우리는 국제적인 차원에서 그들을 지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