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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NUW, 노동자를 ‘사업자’로 둔갑시킨 허위 계약서에 맞서 이기다

23.12.14 Fe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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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 17일 IUF 웹 게시

호주 전국일반노조(National Union of Workers, NUW)는 호주 최대규모의 가금류 생산업체 ‘바이아다’(Baiada)에서 조합원 조직과 노동조건 개선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바이아다는 심각한 안전보건 및 노동기본권 침해가 발생해온 기업으로, 2011년 NUW는 빅토리아 주(州) 래버튼에 위치한 이 회사 공장에서 치열한 파업투쟁을 전개해 비정규직의 동등한 임금을 쟁취한 바 있다. 이후 NUW는 가금류 생산가공업 전반을 대상으로 정규직 및 작업장 안전 쟁취와 고품질 닭고기 생산을 목표로 한 “더 나은 닭고기를 위해 더 나은 일자리를” (Better Jobs 4 Better Chicken)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캄보디아 이주노동자인 페드로 바네아 씨는 남호주 윙필드의 바이아다 공장에서 닭고기 발골작업자로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바이아다에 직접 고용된 것이 아니었다. 다수의 바이아다 공장에 인력을 공급하는 ‘로얄 베이 인터내셔널’(Royal Bay International)측은 회계사를 통해 페드로 씨에게 ‘페드로 바네아 Pty Ltd’라는 독립된 회사를 설립하도록 했다. 이렇게 ‘독립된 하청업체’를 만들게 된 페드로 씨는 짧은 휴대전화 문자로 업무를 배정받았다. 물론 고용안정은 보장되지 않았고, 생산 실적에 따라 임금이 지급되면서 그의 시간당 임금은 법정 최저임금을 자주 넘지 못했다. ‘독립된 하청업체’이기 때문에 그는 유급 병가휴가나 산재 보상금, 유급휴일도 적용 받지 못했다.

2013년 12월 페드로 씨는 근무 중에 사고를 당해 부상을 입었으나 일이 끊기거나 집에 보내질 것이 두려워 그와 같은 위치에 있는 많은 노동자들처럼 회사에 사고를 보고하지 않았다. 그리고 짧은 문자로 온 토요일 근무 요청에 두 차례 응하지 않았다. 2013년 12월 28일 페드로 씨는 휴대폰 문자를 받았다. “사전 고지 없이 두 번이나 토요일 근무를 하지 않았으니 일자리를 신경 쓰지 않는 것으로 간주함. 앞으로 더 이상 일하러 나올 필요가 없음. 필요하다면 추후에 전화를 하겠음.”

Pedro페드로 씨는 노조에 가입된 상태였고, 노조는 복직과 미지급 임금 전체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며 ‘공정노동위원회’(Fair Work Commission)에 해고 사건을 제소했다. 로얄 베이측은 페드로 씨가 고용인이 아니며 “독립된 하청업체”라고 주장했다. (한편 회사측은 ‘하청업자들’이 “너무 바보같아서” 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위원회는 해당 업무의 특성이 “고용관계임을 명백하게 보여준다”고 확인했다. 위원회는 또한 “노동자가 타인의 사업을 위해 그에게 고용된 것인지, 아니면 노동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래나 사업 활동을 하는 것인지를 항상 궁극적으로 물어야 한다. … 다른 명칭을 붙인다고 해서 관계의 본래 성격이 달라질 수는 없다. 즉, 양측의 관계는 그들 사이의 원래 관계가 아닌 다른 것으로 여길 수 없다”고 명시했다. 페드로 씨는 하청업자가 아닌, 부당한 해고로부터 보호받을 대상인 고용인이었다. 위원회는 그의 복직 및 체불임금 전액 지급을 명령했다.

그러나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발골작업자는 약 400-500 호주달러(약 40만원)에 달하는 작업도구를 개인이 소지해야 한다. 페드로 씨는 해고되기 전 자신의 도구를 공장 내 락커에 보관했다. 그는 휴대전화 문자로 해고통지를 받았기 때문에 작업 도구를 되찾아올 수 없었다. 노조는 그가 해고된 뒤 작업도구를 돌려받기 위해 바이아다 측에 정기적으로 연락을 했다. 회사측이 결국 내놓은 답은 도구가 ‘없어졌다’는 거였다. 페드로 씨가 공장에 돌아가게 됐을 때, 노조는 필요한 도구를 제공해야 한다고 로얄 베이와 바이아다 측에 강하게 요구했다. 그러나 페드로 씨가 받은 칼과 도구는 끝이 무뎌 작업 결과가 징계조치의 구실이 될 수밖에 없었다. 노조는 또 다시 강하게 대응했고, 결국 페드로 씨는 제대로 된 작업도구를 제공받게 됐다.

Betterjobs4better페드로 씨의 승리는 원필드를 비롯한 여러 바이아다 공장의 조직사업에 활력을 주고 있다. NUW간부 알렉스 스노우볼은 “이번 사건은 허위 하도급 계약 문제에 이목을 집중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위원회의) 결정이 비슷한 계약을 맺고 있는 전국의 바이아다 공장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