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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PA 투자조항 유출: 무역협정의 핵심은 기업권력의 약탈

08.04.15 Edi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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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7일 IUF 웹 게시

최근 유출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 혹은 TPP)의 투자조항은 이 협정 및 유사한 다른 협정들에 대한 IUF와 많은 평론가들의 비판이 옳았음을 분명히 확인시켜줬다. 이들 협정은 초국적 투자자들의 권한과 영향력을 확대시키기 위해 기업권력의 약탈을 ‘무역협정’으로 착각하도록 포장한 것이다. (TPPA는 현재 미국과 11개 환태평양 국가(호주, 브루나이, 캐나다, 칠레, 일본, 말레이시아, 멕시코, 뉴질랜드, 페루, 싱가폴, 베트남)가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는 대규모 무역 및 투자 협상이다.)

위키리크스가 3월 25일 공개한 투자조항과 미국 시민단체 ‘퍼블릭 시티즌’이 상세하게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TPPA의 투자조항은 기업투자자들이 비공개 재판을 통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직접 법과 규제, 법원판결, 정부허가 및 가맹국의 특허권과 관련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을 넓혀준다.

이러한 유사법체계는 초국적 투자자들이 현재 또는 예상되는 미래의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법이나 규제에 대해 정부를 대상으로 ‘보상금’ 청구소송을 걸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ISDS) 절차는 1996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본떠 만든 지역간-다자간 협정들에 포함돼 있는데, 환경, 노동자와 소비자의 보건안전, 저렴한 의약품, 공공의료 및 공유지와 자원을 보호하고, 친환경 에너지 및 로컬푸드 시스템을 향상시키고, 재정 안정성을 위해 자금유동을 규제하려는 정부의 능력을 제한하는 파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사용돼왔다. (더 많은 예는 IUF가 발간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무역협정>에 나와있다. 한글본 근간 발행 예정.)

또한 TPPA 투자조항에는 이전의 비슷한 협정들에 들어있던 심각한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다. 기업들은 정부의 새로운 규제나 조치가 수익에 잠재적 영향을 줄 때 “간접적 징발”에 대한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으며, “예상된” 미래 수익에 근거해 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기업들이 요구하고 있는 “최소한의 대우 기준”은 “투자가 이뤄진 법적, 경영적 환경을 변경할 수 없도록 하는” 구속력 있는 의무도 이끌어낸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현재의 법과 규제를 공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의 정부 규제 조치에 대해서도 ISDS를 이용해 “예상되는 손실”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그리고 그동안 실재 재산에 한정됐던 투자 보호는 지적재산권, 금융자산 및 규제허가도 포함하도록 확대된다.

그 동안 TPPA를 비롯해 동시에 미국과 유럽연합이 협상하고 있는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은 수많은 반대에 부딪혔으며, 특히 ISDS는 전례 없는 대중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조항에 대한 퍼블릭 시티즌의 분석을 살펴보면, 이번에 유출된 투자조항은 심지어 2012년에 유출됐던 이전 조항보다 투자자들에게 실제로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TTIP의 투자조항은 여전히 협상이 진행 중이고 아직 초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TPPA의 조항을 보면 그 내용이 어떠할지는 충분히 예상 가능하다.

두 협정의 핵심은 기업의 투자 “권한”이다. 이 협정들은 무역과는 상관이 없으며, 우리에게 필요한 괜찮은 일자리와도 관련이 없다.

ISDS는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부의 축적을 가능하게 하고 민주정부를 전복시킬 수 있는 엄청난 무기를 쥐여준다. 그러나 기업의 수단은 이것만이 아니다. 무역 및 투자협정은 또한 추가적인 국가-국가 간 분쟁해결 제도를 포함하고, 투자자는 계약을 통해서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우익 성향의 미국 카토 연구소는 기업 로비스트들에게 ISDS가 대중의 반대를 너무 크게 불러일으켰으므로 이를 조용히 내려놓고, 다른 수단을 이용해 협상에서 기업의 목적을 추구하라고 조언한 바 있다. 따라서 이러한 협정에 반대하는 이들은 무역협정의 본질이 민주주의에 대한 기업의 공격임을 직시하고, 협정 폐기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