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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업체와 ILO – 허위광고의 사례

12.06.15 Fe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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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5월 29일 IUF 웹 게시

인력파견업체들은 사용자에게 파견노동의 장점을 설득하려 애쓸 필요가 없다. 파견업체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은 정치적 요인, 즉 법과 규제이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파견업 로비단체인 ‘세계고용서비스연맹(International Confederation of Private Employment Services, CIETT)이 회원기업들의 사업성장은 국제노동기구(ILO)가 추구하는 ‘괜찮은 일자리’를 발전시킨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맨파워(Manpower)나 아데코(Adeco), 켈리(Kelly) 같은 회원기업들이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이 더 많은 괜찮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이다. CIETT는 파견노동 확대와 정규직 없애기의 걸림돌을 치우려는 자신들의 노력에 ILO가 함께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는 영리한 판매홍보전략이지만, ILO가 실제 이야기하는 내용을 무시하는 고객기업들에게나 먹혀 드는 방식이다. CIETT는 최근 5월 27일부터 3일 간 로마에서 개최된 연례 ‘세계고용회의(World Employment Conference)’에서도 ILO를 이용해 자신을 포장하려 했다. CIETT는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전세계 노동시장 전문가, 각국 정부에 경제성장 위한 신속한 노동시장 개혁 도입 촉구”라고 적었다. 그리고 “IL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및 고용∙채용업계, 경제성장에서 유연한 노동시장의 역할 강조”라는 부제를 달았다. 더 노골적으로는 “전문가들은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려면 기민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시대에 뒤떨어져 경직되고 근거 없는 규제를 제거해 유연한 노동형태를 합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안네마리 문츠 CIETT 회장은 “우리는 특정 종류의 고용형태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그대신 사용자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노동시장에서 노동자의 위치를 강화할 방법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스 린트제 부회장은 “우리는 노동자-기업-파견업체의 삼자관계가 갖는 이점을 강조하기 위해 여기에 모였다”고 덧붙였다.

로마 회의를 앞두고 CIETT는 ILO가 최근 발간한 ‘세계 고용 및 사회적 전망’ 보고서가 “노동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서술”했고, 이는 CIETT에 절대적으로 동조함을 뜻한다며 “환영”했다.

“노동의 변화”는 사용자들이 반복해서 불러온 익숙한 구절이다. 과거 30년 동안 사용자들은 노조 파괴와 정규직 죽이기를 일삼았고, 철폐할 수 있는 규제는 모두 철폐해왔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러운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세계화, 기술, 무역, 변화하는 생활양식에 대한 대응 등 사용자의 역할과 인력업체를 위협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노동자들은 굴복하고 ‘받아들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ILO 보고서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정규직이 말살되고 있음을 분명히 기록하고 있다. 해당 지역들은 우리가 노동인구의 상당 부분을 논외로 한다 치면, 한시적이나마 직접적인 정규직 고용을 “고용의 표준형태”로 여겼던 곳들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30년의 기간은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이득이 돌아간 시기로, 당시는 그런 면에서 보나 다른 여러 가지 면에서 볼 때 역사적으로 예외적인 시기였다. 비정규적이고 “비표준적인” 형태의 고용 -계약직, 파견직, 개인사업주(특수고용 비정규직)-이 전세계 많은 지역에서 지속적으로 널리 확산되는 것을 고려해볼 때, 부유한 국가에서의 비정규직 증가는 “비표준적인” 일자리가 이제 세계적인 표준이 되었음을 의미한다. ILO는 이러한 변화를 빈곤과 불안정, 소외, 불평등의 증가와 연결시킨다. ILO는 어느 곳에서도 파견직 확산을 지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ILO는 경제 성장을 위한 처방으로 노동시장 규제 완화를 내세우는 신자유주의의 공식을 따르지 말라고 경고한다. ILO의 보고서를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도 CIETT의 선전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임시직고용알선업체(업체들은 ‘임시’라는 용어를 점차 붙이지 않고 있음)들은 이용가능 노동력을 늘려 시장점유율을 높인다. 그들의 최종 목표는 직접 고용한 정규직이 한 명도 없는 “사용자 기업”이다. 그럼에도 업체들은 냉소적으로 스스로를 “디딤돌”-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데 없어서는 안될 중개인-이라고 홍보한다.

올해 2월 ILO는 ‘비표준 고용 형태에 대한 전문가 3자 회의(Tripartite Meeting of Experts on Non-standard Forms of Employment)’를 개최했다. ILO가 배경설명에서 밝힌 내용은 다음과 같다. “’디딤돌 가설’은 덴마크, 이태리, 네덜란드, 미국 등 몇 개 국가에서 입증된 바 있다… 그러나 일본과 스페인에서 보여지듯이 장기간 조사에 따르면 비정규노동이 더욱 완화되고 비정규 노동자의 수가 증가할 때, 비정규직으로 시작한 노동자들은 정규직으로 시작한 노동자보다 직장생활 동안 비정규직과 실업 사이를 오갈 가능성이 더 높았다. 독일이나 스웨덴, 미국의 특정 지역에서의 비정규 파견 노동자들에서도 디딤돌 가설은 입증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 지역에서 비정규직은 디딤돌이 되지 못했다. 비정규 파견 노동자들은 이 특수한 고용 형태를 계속 유지했거나 “계약 해지”의 증가를 겪었다… 심지어 디딤돌 매커니즘이 작동하고 있는 지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은 실업이나 휴직상태로 전환되는 비율이 정규직 노동자에 비해 많게는 거의 10배 까지도 높았다.” ILO가 CIETT의 통계를 그대로 따르지 않은 점이 신선하다. CIETT는 “특정 종류의 고용형태에 대한 집착”을 외면하고 싶어질 거다.

비정규직 완화와 사용가능 인력의 증가는 바로 파견업체들이 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ILO가 최근 내린 결론에서 이들 업체들의 입장을 지지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다. 반대로 ILO는 고용형태와 상관없이 모든 노동자에 대한 효과적인 보호를 요구하고 있었다. ILO는 현 상황을 지지하거나, 현재와 같은 상황이 더 확대되는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ILO 보고서는 기업이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회복을 지연시키고, 침체의 악순환을 가져오거나 세계 생산량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을 낮추는 주요 요인임을 확인했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파견업체가 아니라 기업의 투자다. 이 보고서를 통해 대규모 공적 투자가 기업의 불충분한 투자에 대한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노조는 투쟁 의제의 일환으로 논의를 이끌어가는 한편 이를 쟁취하기 위해 싸워야 할 것이다. ILO는 파견노동이 사회적으로 위험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충분한 자료를 내놓았다. 파견노동 문제는 그 동안 사업장 내 여타의 위험요소를 줄이기 위해 활용된 바 있는 단계적 위험요소 해결법을 통해 다뤄져야 한다. 그 첫 번째 단계는 엄격한 파견노동 통제를 통해 잠재적인 독성을 억제한 뒤 위험을 제거하고 대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