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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위기에서 진정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9 July 2015 Editor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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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1일 IUF 웹 게시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긴축에 맞선 민주주의적 대안이라는 유령이. 그리스의 시리자 정부가 바로 그 대안을 구현하고 있다. 이것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 EC)와 유럽중앙은행(European Central Bank, ECB)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연합해 그리스의 도전을 제거하려는 이유다. 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모든 정치 정당들이 암묵적으로 혹은 적극적으로 반(反) 시리자 연합을 지지하고 있다.

지난 1월 선거에서 승리한 이후 시리자는 지난 정권들에 강요됐던 과도한 긴축에서 벗어나기 위해 성과 없는 협상을 계속해왔다. 그간 그리스에 강요됐던 긴축은 전쟁 시에나 닥쳐올만한 수준으로 경제와 사회를 붕괴시켰고, 미래를 위한 회복을 지연시켰으며, 부채 부담을 가중시켰다. 정부는 긴축을 중단하겠다는 선거 공약과는 반대로 나라 전체를 샅샅이 뒤져 가능한 모든 현금을 모으고, 지출 삭감으로 예산흑자를 달성해 채권자들에게 지불했다.

EC와 ECB, IMF(이제는 ‘트로이카(Troika)’보다는 ‘기관들’로 불리고 있다)는 이 오랜 위기의 현실적이고 유일한 해결책인 부채 삭감은 불가능하다고 처음부터 분명하게 못을 박았다. 그리스 정부가 협상을 이어가려 끈기 있게 노력했고, 심지어 그리스 경제에 추가로 수십억 유로의 부담을 지우게 될 감당하기 어려운 긴급구제 지속을 조건으로 받아들이기까지 했으나 이들의 제안은 묵살되고, 무시 받고, 모욕 받았다.

‘기관들’은 예상됐던 대규모 경제 붕괴의 모든 책임은 아랑곳하지 않고 회피했다. 그리스 정부가 취약계층에 기본적인 영양과 전기공급 제공을 보장하려고 내놓은 제한된 조치들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방주의’라며 크게 비난 받았다. 과거 룩셈부르크의 지위를 다국적기업의 조세 회피처로 굳히자는 눈에 띄는 주장을 내놨던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집행위원장의 입장에서 봐도 그리스가 내놓은 세금 관련 제안은 전혀 퇴행적인 게 아니었다. 단체교섭과 사회보장의 골격구조를 유지하려는 그리스 정부의 제안은 거듭 비난 받았다. ECB은 영구적인 압박을 유지하기에 딱 충분한 만큼의 긴급 유동성 자금을 지원에서 제외하는 동시에 그리스 은행들에 대한 대출을 제한함으로써 은행으로부터의 자본 이탈을 획책했다. 

현재 ‘기관들’은 7월 5일 국민투표를 통해 구제금융을 결정하겠다는 그리스 정부의 결정에 대응해 그리스 경제를 매몰시킬 새로운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은행 및 소위 ‘기술관료(technocrat)’(실제로는 매우 정치적인)의 지배를 강화하는 것, 그리고 금융 권력에 도전할 수 있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그리스 시민들에게 상기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진실은 긴축이라는 사회적 만행은 그것이 표면상 주창하던 결과를 결코 만들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실상 이번 협상은 경제가 아닌, 정권교체에 대한 것이었다. 그리고 유럽의 다른 지역으로 정치적 전염병이 퍼질 가능성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1952년, 독일의 채무를 두고 런던에서 열린 회의에서 서방 채권국들은 독일이 전쟁 전 빌린 거액의 채무를 탕감해줬다. 나머지 잔여금의 채무 이행에 대해서는 무역 흑자를 조건으로 걸었다. 흑자를 못 내면 돈을 갚지 않아도 됐다. 런던채무협정은 정치적이었다. 냉전에서 독일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한 의도였다. 그리스의 좌파 정권을 약화시키겠다는 결정 역시 그만큼 정치적이다.

지난 6개월간의 협상 과정에서 끝없이 반복되어온, 즉 유럽이 그리스의 국가 부도와 유로존 탈퇴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주장은 역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즉 유럽이 그리스 채무의 상당부분을 경감해줘도 그걸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는 모든 이들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관들’은 그리스에 정의가 아닌, 정치적 가르침을 주기로 결정했다.

그리스 정부는 협상 내내 끈기 있게, 때로는 유창하게 자신의 입장을 변호했다. 유례없는 불경기의 참화로부터 노동자와 연금 생활자, 빈곤층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스 정부가 내놓은 제한된 조치들은 30년 전 케인즈주의자들 가운데 가장 온건한 성향의 사람들이 내놨던 정책과 별반 다름 없을 것이다. 그리스 정부를 유럽 질서에 대한 위협으로 비난하고 있는 현 상황은 유럽 질서 및 유럽과 세계 정치의 근본적인 위기에 대해 많은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시리자의 선거 승리는 지금의 상황에 맞서 싸우기 위해 준비된 좌파 운동의 잠재적인 힘을 보여줬다. 시리자의 싸움이 계속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연대가 중요하다. 노동조합이 이 연대를 조직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