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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기후변화협약총회는 왜 식량체계를 의제로 다루지 않는가?

16.12.15 Fea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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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23일 IUF 웹 게시

정부,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이 11월 30일부터 12월 11일까지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식량체계는 여전히 의제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기후변화가 식량생산에 미치는 파괴적인 영향은 오랫동안 분명하게 드러나왔다. 그러나 식량체계가 지구온난화를 촉진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정부나 심지어 많은 기후 활동가들조차 과소평가하거나 간과하고 있다. 이는 기업형 영농의 생산방식이 식량/기후 관계의 핵심에 놓여 있음에도 오히려 기후변화의 해결책인 것처럼 거짓선전을 하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다. 그리고 지구의 온도는 낮추는데 기여할 수 있는 농업 노동자와 소농들의 중요한 역할을 주변부로 소외시키고 있다.

우리는 온도 상승이 식량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극심한 태풍, 가뭄, 사막화, 식생유형의 이동, 토양침식 및 사용 가능한 깨끗한 물의 감소는 식량생산과 우리의 삶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든다.

그러나 2006년 발표된 선구적인 ‘기후변화의 경제에 관한 스턴 보고서(Stern Review on the Economics of Climate Change)’는 농업과 토지이용(주로 농업 및 임업)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32%에 대해 직접적인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어느 단일 산업이나 업종보다도 높은 수치다. 스턴 보고서는 제조업과 교통이 각각 14%를 차지한다고 밝혔는데, 제조업 다음으로는 식량이 아닌, 생산과정이 극도로 에너지 집약적인 합성 비료나 살충제 같은 농약을 지목했다. 최근에 발표된 여러 연구들도 대체로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촉진시키는 동력은 기후변화 등 여러 비용을 발생시키는 고투입, 수출집약적, 화석연료집약적인 단일재배생산의 확대 및 증가다.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를 차지하는 산림벌채의 대부분은 환금작물 단일재배와 연결돼 있다. 콩과 야자유가 가장 악명 높은 예이지만 모든 대규모 단일재배는 근본적으로 온실가스 누적에 기여하고 있다.

스턴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가장 큰 원인은 비료(38%)다. 농업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은 2020년까지 약 3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예상된 배출 증가의 약 절반은 농경지에 대한 비료 사용에서 나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ood and Agriculture Organization, FAO)의 2014년도 연구에서 가축의 장 내 발효-소화 부산물로 메탄 발생-는 농업으로 인한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39%를 차지해 비료사용보다 근소한 차이로 높았다. 그러나 합성비료 사용은 2001년부터 2011년까지 10년 간 37%까지 늘어나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온실가스배출의 원인임을 확인했다. 또한 FAO는 가축으로 인한 메탄 발생을 상당히 줄일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발견했다.

질소비료가 분해되면 이산화질소가 만들어지는데, 이산화질소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기후온난화를 일으키는 힘이 296배나 강한 온실가스다. 질소비료가 섞인 지표수는 조류를 유발시키는 부영양화의 원인 중 하나다. 부영양화는 물속의 산소를 감소시켜 담수 및 연안 지역에 서식하는 동식물을 살 수 없게 한다. 물의 죽음은 결국 지구온난화를 촉진시킨다.

비료 생산은 극도로 에너지 집약적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OPCC)는 비료 생산이 단독으로 지구에너지생산의 2%까지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레인(Grain)>의 최근 기사에서는 비료 생산이 점차 천연가스에 의존하고 있는데, 천연가스 시추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메탄이 공기 중에 배출된다고 지적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도 강한 온실가스다. 

살충제 생산은 경작가능 작물에 투입되는 에너지의 16%까지 차지한다. 수확체감에 따라 농약이 점차 복합적이고 독성이 강해지면서 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가 증가한다. 유전자조작 작물-많은 양의 살충제 사용에도 내성을 갖도록 조작된-의 엄청난 확대는 합성비료를 포함한 화학약품에 대한 의존이 높아가는 쳇바퀴 속에서 전세계적인 살충제 사용 증가, 생물다양성 감소 및 토양 양분의 파괴를 가져왔다.

더욱 집중적인 단일재배가 확대될수록 식량체계는 기후 및 생물학적 충격에 더욱 취약해진다. 이러한 충격은 가난한 사람과 굶주린 사람들-이들 중 절반 이상이 농업 임금노동자 및 소농인 식량 생산자-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식량 생산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적 기반은 이용가능하고, 접근가능하며, 비싸지 않다. 에너지집약적이고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단일재배의 대안은 소규모 혼합농법인 다품종재배다.

온실가스 배출은 다품종재배와 가축/곡물혼합생산 및 작물을 이용해 해충을 조절하고 흙에 영양분을 되돌려주는 순환농법을 통해 급격히 감소시킬 수 있으며, 수확량도 유지되거나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저강도 투입 기술은 토양 유기물을 풍부하게 하고,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겉흙과 물을 보존하고, 절절한 지원과 함께 사회/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농촌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권위 있는 유엔 ‘개발을 위한 농업 기술과 과학에 대한 국제평가(International Assessment of Agricultural Knowledge, Science and Technology for Sustainable Development, IAASTD)’의 2008년 연구에 따르면, 최빈국의 농업생태계라 할지라도 생태농업과 병충해집중관리(Integrated Pest Management)를 통한다면 전통적인 방법으로 생산된 수확량을 유지하거나 상당히 끌어올리고, 농지개간 수요를 낮추고, 생태계 서비스(특히 물)를 복원하며, 화석연료에서 얻는 합성비료의 사용과 수요 및 독한 살충제와 제초제 사용을 감소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전환의 걸림돌은 기술이 아닌 정치다. 여기에 필요한 기술들은 농업자재 시장뿐 아니라 세계 기업식 영농 및 세계 원자재 판매/가공 기업의 영향력을 장악한 종자, 살충제 및 비료 대기업의 특허권 독점에 반기를 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레인>이 지적하듯,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를 앞두고 “기후변화 및 농업에 관해 부상된 정부 간 주요 계획은 하나 뿐이며, 이는 세계 최대 비료 회사들의 통제를 받고 있다.” 지난해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는 ‘세계기후스마트농업동맹(Global Alliance for Climate Smart Agriculture)’이 출범했다. ‘기후스마트농업’은 늘 그렇듯 기업과 연관된 일이다.

만약 농업이 기후에 관한 정부간 ‘비밀회의(conclaves)'에서 여전히 의제로 다뤄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기업식 영농이 식량 생산에서 이윤을 벌어들일 수단을 발견하는데 성공을 거뒀기 때문일 것이다. 이는 기후변화에 있어서 식량체계의 역할이 해결되고 방향 전환을 이루려면 반드시 도전해야 할 위험한 신화라 할 수 있다.

그러한 도전에서 중요한 것은 안전한 삶과 노동 환경 보장, 노동자들의 몸과 생명을 해치는 독성 화학물질 사용 중단, 식수 보장 및 고용과 생활임금 사수 등 농업 노동자들의 요구를 지지해야 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요구들은 토지와 물에 대한 접근 및 정치 경제적 지원에 대한 소농들의 요구와 마찬가지로 지속가능하고 기후친화적인 식량체계를 위한 투쟁에 필수적이다.

인간의 활동이 야기한 섭씨 1도의 온도 변화만으로도 1980년 이후 북극 빙하의 80%를 녹이는 데 충분했다. 우리가 더 효과적으로 조직하지 않는 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향후 2% 또는 그 이상의 증가를 막을 조치를 채택하거나 실행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식량체계를 지구온난화의 부수적 피해의 희생자가 아닌 문제의 원인이자 해결책으로서 기후변화 회의의 첫 번째 의제로 상정할 때다.